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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게임] 이 게임을 아시나요!!- 악튜러스는 게임 종합 커뮤니티인 겜툰(http://elsword.gamtoon.com/)에서 기획한 '추억의 게임'의 시리즈물의 하나이다.

원문은 해당 링크를 참조.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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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게임을 애타게 기다리는 것은 마치 안타까운 사연으로 헤어진 연인과의 재회를 기다리는 것과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게다가 그 게임이 어떤 이유로 발매일도 연기를 해 버린다면? 오 마이 갓. 마치 제대를 한 달 앞둔 말년 병장처럼 애끓는 심정으로 오직 ‘그 날을 위해’달력의 날짜를 하루하루 지워 나가는 게이머의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사실, 게임 좀 해봤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라면 자신이 기대하는 게임의 발매일을 기억해 놓고 그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냈던 기억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며 ‘한심한 기억’이라고 치부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렇게 말하는 그들의 소중한 취미생활에 필요한 무언가의 구입이 여러 상황 때문에 미뤄졌을 때의 그 허탈함과 비교를 한다면 쉬이 이해가 될 것이리라.

물론 온라인 게임이란 없고 패키지 게임밖에 없었던 예전, 국내에 소개되는 것은 상당히 많은 숫자가 일본산이나 북미판 명작 PC게임들이 다수 있었기 때문에 국내 게임의 발매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경험은 상대적으로 상당히 적은 것이 사실이었다. 특히 패키지 게임의 전성기가 굉장히 짧고 그나마 그 기간 동안 불법복제와 서민CD 때문에 몸살을 앓아야 했던 국내 패키지 게임 시장에서 ‘애정을 갖고 국내 게임의 발매일을 기다리는 일’은 상당히 드문 것이 사실이었다.


가뜩이나 국내에서 개발되는 게임들의 숫자가 네임벨류가 넘치는 해외 신작들이나 명작들보다는 극히 적고, 또 그 안에서도 발매일까지 기다리게끔 만드는 게임은 더욱 적을 수밖에 없었던 시절이었다.

그나마 국내 게임 유저들을 기다리게 했던 게임들은 대부분 어스토니시아스토리, 창세기전 시리즈를 통해 확실하게 자신들의 이름을 알린 손노리나 소프트맥스 등의 개발사가 만드는 신작들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특히 어스토니시아스토리라는 게임을 통해 자신들만의 하나의 페러렐 월드를 형성한 손노리의 경우 이후의 후속작을 계속해서 기대를 받는 국내의 대표적인-그리고 몇 되지 않는-게임 개발사라고 할 수 있었다. 항상 어스토니시아 대륙에서 펼쳐지는 또 다른 이야기인 포가튼 사가가 흥행에 있어서 성공을 거두자, 자연스럽게 어스토니시아 대륙의 또 다른 페러렐 월드를 선보이는 후속작에 유저들은 지대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 후속작이란, 유저들을 기대하게 만들고, 또 기대할 수밖에 없는 요소를 발표하면서 국내 게임사가 만드는 게임으로는 드물게 국내 유저들로 하여금 발매일을 기다리게 만들었던 게임. 그리고 그 발매일 때문에 많은 속을 태우게 했던 게임.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가 되는 추억 속의 게임인, ‘악튜러스(Arcturus)’다.


1997년 등장한 ‘포가튼 사가’이후 손노리는 다수의 게임업체 산하에서 완전한 독립적인 개체로 분사하는 것에 성공했다(독립 당시 1998년). 판타그램-데니암 등의 산하에서 손노리라는 개발 조직을 형성하던 그들은 완전한 게임 개발사 손노리로 독립한 것이다.

이런 손노리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회사를 옮기는 과정과 독립하는 과정에서 악튜러스가 탄생하게 되는 중요한 계기이자 만남이 생기기 때문이다.

원래 손노리라는 개발 집단은 서관희 당시 이사(현 엔트리브 이사)를 포함한 인천 지역의 개발자 6명이 모여서 결성된 게임 개발 집단이었다. 그리고 이후 1993년 이원술 현 손노리 대표가 기획과 그래픽 담당으로 나중 합류한 것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병역 특례를 위해 서관희 이사가 데니암으로 회사를 옮기게 되면서 그 인연이 손노리라는 개발 집단 전체의 데니암 이직을 결정짓게 되었다. 다크사이드 스토리(1995/데니암)와 포가튼 사가(1997/판타그램), 강철제국(1999/데니암)이 판타그램과 데니암 산하에 있던 시절의 손노리가 개발한 게임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어스토니시아스토리 당시에는 소프트라이 소속이었으며, 강철제국은 사전 개발 뒤 추후 발매로 알려져 있다).


△ 그라비티와 손노리의 악튜러스는, 여러 난항을 겪은 뒤 태어난 애증의 대상이었다.

이 때 데니암에서 서관희 이사가 손노리에 소개를 해 준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하이텔 게임기 동호회에서 만나 결성된 ‘아트크래프트(조영기 소프트맥스 이사, 최연규 소프트맥스 이사, 김학규 IMC게임즈 사장 등이 만나 결성한 집단)’시절부터 친분이 있었던 그라비티 김학규 사장이었다. 그는 아트크래프트에서 PC패키지 게임인 ‘리크니스’이후 그라비티를 설립해 ‘개미맨’등을 개발해 유명세를 타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서관희 이사는 김학규 사장에게 이원술 사장을 소개하면서, 손노리와 그라비티의 공동 프로젝트를 제의했다. 물론 이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구체적으로 오갔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각자 떠오르는 젊은 게임 개발 개발진으로 서로의 존재를 눈여겨보고 있던 입장에서 함께 신작을 개발하자는 의기투합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라비티와 손노리의 공동개발로 진행된 프로젝트는, 그라비티에서 해당 게임의 엔진 프로그래밍과 게임기획, 그리고 텍시트를 담당하고 손노리에서 그래픽 구현을 담당하는 쪽으로 업무 분담의 가닥이 잡혔다(또 다른 의견으로는 손노리가 대사와 스토리를 담당하고, 그라비티가 기타 게임 내부적인 부분을 담당했다고 하는데, 공식적으로는 위의 이야기가 맞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떠오르는 천재 집단이 손을 잡고 공동으로 개발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그 기대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게임 외적인 면에서도 상당히 많은 것들이 동원되었는데, 오프닝 애니메이션의 경우 당시 관련 애니메이션 작업으로는 최고로 손꼽혔던 틴하우스(훗날 원더풀데이즈 등을 제작)의 피터 정 감독이 제작에 참가했으며, 배경음악은 다양한 게임 음악을 제작해 이름을 떨치며 국내 최고의 게임&애니메이션 BGM제작 집단으로 알려진 사운드 TeMP팀(라그나로크 온라인, 네오스팀 등의 BGM제작)이 담당하기로 결정된다.


△ 굉장히 고급스러운 느낌의 악튜러스 패키지. 당시 리콜되는 운명을 맞이했지만, 한정판(3만 8천 원)과 일반판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은 굉장히 저렴한 수준의 가격이기도 했다. 패키지를 소장시키겠다는 개발진의 강력한 의지가 깃든 느낌이라고나 할까.

특히, 게임에 기획과 스토리 면에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는 손노리와 그라비티답게 당시 200자 원고지 2만장 이상 분량의 텍스트의 사용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러모로 당시 게임업계에서는 화제가 될 만한 요소들의 도입이자 기대를 모으게 할 만한 부분들이 다수 도사린 프로젝트였던 셈이다.

특히 대한민국 최초로 게임을 DVD미디어에 담아 발매하려고 했던 야심찬 계획까지 있었으니, 그라비티와 손노리가 그야말로 대한민국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작품을 만들 작품을 만들 ‘강단진 마음’을 먹었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공동개발이라는 것이 불협화음이 생겨나지 않을 수 없는 법. 문제는 손노리 측에서 일어났다. 바로 손노리가 새로운 공동개발 프로젝트 이외에 또 다른 게임이자 이원술 사장이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던 호러 게임 프로젝트(훗날 2000년 9월 발매 된 화이트데이)가 진행 중에 있었던 것이었다.

이 때문에 공동개발 프로젝트에 모든 인력과 시간을 집중시킬 수 없었던 손노리는 전작들의 인기와 인지도를 이어나가자는 메리트로 인해 자사의 메인 IP인 어스토니시아 대륙을 배경으로 하는 페러렐 월드가 공동개발 프로젝트의 기본적 게임 배경으로 설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획과 스토리를 자신들이 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어스토니시아 대륙을 배경으로 하는 신작 게임의 스토리와 기획을 다른 게임사가 한다는 것은, 프로젝트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부분임에 틀림이 없었다.


△ 아직도 이해 안 가는 부분은, 공식적으로 손노리가 그래픽을 담당하고 그라비티가 기획을 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굳이 어스토니시아의 페러렐 월드를 배경으로 한 게임을 만들었을까. 상업성 때문이었을까?

프로젝트 명이 목동자리의 중 가장 크고 밝은 별인 아크투루스(Arcturus)에서 따온 말인 ‘악튜러스’로 결정이 되고, 발매일이 1999년으로 결정이 되어 발표가 난 뒤 예약주문까지 받은 상황. 그러나 손노리가 담당한 개발 진척도는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배경음악을 DVD에 담는 것이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해결 가능한 부분이 아니라는 점이 뒤늦게 밝혀져 결국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는 심각한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결국 1년이나 발매일이 밀린 2000년 12월 그 모습을 드러낸 악튜러스는, 발매연기를 거듭한 끝에 유저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심은 상태를 맞이하게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당시 최고의 인기 게임으로 정통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었던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전3~ 파트2의 발매와 1주일가량 차이가 나는 시기에 발매되는 부담을 안은 채 시장에 유통되기 시작했다.


악튜러스가 발매되고 난 뒤, 많은 유저들은 오랜 발매 연기 끝에 등장한 게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버그가 있다는 사실에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사실 게임 개발의 주도는 그라비티가 했지만 어스토니시아 대륙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손노리가 메인으로 부각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전작이라고 할 수 있는 포가튼 사가에서도 버그가 많기로 유명했기 때문에 유저들은 나아지지 않은 개발력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물론, 버그 문제는 당시 국내 PC패키지 업계의 공통된 고민이었지만).


△ 당시 발매 1주일 만에 논란이 되며 초회 한정판의 전량 리콜 사태&폐기 사태로까지 번지게 만든 표절 디자인 몬스터 중 하나인 ‘길티기어’의 모습. 이 밖에도 다수가 있는데, 이 덕분에 악튜러스의 초회 한정판은 패키지 수집가들에게는 상당한 레어 아이템이라고.

또 주 제작했던 게임 몬스터 캐릭터의 표절시비로 리콜 소동이 벌어지면서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의 ‘비운의 게임’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외주 디자이너가 일본의 유명 게임 디자이너인 야스시 니라사와(韮澤靖)의 몬스터 디자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발매 1주일 이내의 패키지(한정판)의 전량 리콜과 폐기가 이루어진 것이다. 당시 발매 초반 손노리는 공지사항을 통해 ‘와레즈에 돌고 있는 현재의 한정판 악튜러스는 전량 폐기될 것이므로 악튜러스를 삭제해 달라’라는 일명 ‘눈물의 호소문’을 올리며 일반판 발매를 연기햇다. 이것만으로도 악튜러스는 흥행적인 측면에서 회사에 큰 부담을 안긴 것이었다. 그야말로 최악의 출발이 아닐 수 없었다.


※악튜러스의 발매 연기 일지 99년 : 손노리, 오프라인 게임 잡지를 통해 ‘아직은 출산할 때가 아닙니다'라는 광고 개재.
99년 12월 : 1차 발매연기. 00년 4월에 발매 예정 공표.
00년 4월 : 2차 발매연기
00년 11월 : 제작 완료. 11월 30일 발매 예정 공표.
11월 26일 : 12월 10일로 발매일 수정.
12월 5일 : 한정판 발송. 표절 시비 논란.
12월 6일 : DVD 한정판 제작취소.
12월 14일 : 그라비티와 손노리, 표절 인정 후 전량 리콜. 일반판 발매연기.
12월 16일 : 손노리, "와레즈를 통해 돌고 있는 악튜러스는 표절시비로 전부 폐기될 예정인 제품이므로 와레즈에 있는 악튜러스를 삭제해달라"며 ‘눈물의 호소’시작.
12월 23일 : 악튜러스 일반판 발매.


그러나 최악의 출발 이후, 나름대로의 반전을 일으키기 시작했으니, 그것은 난무하는 버그의 문제 해결과 표절 시비 몬스터의 삭제 등을 담은 1.11a 패치가 발 빠른 대처로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이전보다 상당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 주기 시작한 악튜러스는, 2001년에 들어서야 비로소 게임이 갖추고 있는 콘텐츠가 유저들에게 어필하기 시작했다.


악튜러스는 ‘외형적인 면에서 상당한 호평을 내릴만한 게임’으로 정의할 수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외형적인 면은 게임의 비주얼을 뜻하기도 하지만, 유저들에게 소장가치를 어필할 수 있는 패키지의 외형과 구성도 포함하고 있다 하겠다. 당시 불법복제와 와레즈에 대한 경각심이 극에 달하고 있는 상황(인터넷의 발달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던 시기)에서 기타 게임들이 패키지에 대한 구성과 제품의 디자인을 그리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던 시기이기도 했기 때문에 악튜러스의 이런 패키지에 대한 의욕적인 구성은 충분히 의미 있는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일단 일반판의 내용물(여담이지만, 표절 문제로 인해 전량 폐기된 한정판은 지금으로써는 전설의 패키지가 되어 있기도 하다)은 마우스패드와 양장으로 만들어 진 설정집, 그리고 게임 CD 6장과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1장, 매뉴얼로 이루어져 있었다. 설정집은 물론이요 전체적인 구성물의 디자인이 상당히 고급스럽게 되어 있어서 구매 욕구와 만족감을 유저에게 충실히 전달해 주는 구성임에 틀림이 없었다. 무엇보다 패키지의 재질과 로고 디자인 등이 굉장히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되어 있어서 패키지 소장에 대한 충분한 의미를 전달하고 있는, 당시에는 보기 드문 훌륭한 패키지임에 틀림이 없었다.

무엇보다 설정집이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은 패키지를 구입해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정도라고 극찬을 받는 것이었기 때문에 패키지 구성에 대한 만족도는 그야말로 차고 넘치는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국내 PC게임, 아니 역대 PC게임 타이틀 중 한국인의 정서와 취향에 가장 어울리는 BGM을 자랑한 덕분에 사운드트랙의 만족도 또한 굉장했다.


△ 아마 악튜러스를 모르는 유저들은 이 장면을 보고 ‘라그나로크 온라인!?’이라고 말할지도 모를 일이다.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모태와도 같은 게임이니, 비슷할 수밖에.

패키지의 외형적인 면의 훌륭함으로 소장가치가 상당했던 악튜러스는, 발매 이전부터 게임 내적인 비주얼, 즉 그래픽에 대한 면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게임이기도 했다. 배경은 3D로, 그리고 캐릭터를 2D로 표현하는 특유의 기법은 일반적으로 2D의 배경에 3D의 캐릭터를 쓴다는 것 때문에 많은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게임 발매와 함께 그런 우려는 눈 녹듯 사라졌다. 그라비티가 개발한 GFC엔진은 혹시나 있을 비주얼의 언밸런스를 메워주며 인물과 배경의 자연스러운 하모니를 이끌어내고 있었다(훗날 이 GFC엔진의 개량판은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엔진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3D배경에 2D캐릭터를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었던 것은 개발진의 피나는 노력과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2D의 캐릭터가 3D의 배경을 자연스럽게 활보하기 위해서는 각 캐릭터의 시점에 따라 어떤 각도로 배경이 비춰지는지에 대해 수천 장의 원화가 필요하다. 한 마디로 개발진은 이 수천 장의 원화를 ‘노가다’로 그렸다는 얘기다. 개발진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 아니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덕분에, 어스토니시아 대륙을 배경으로 한 전작들보다도 더 색이 강한 캐릭터 디자인을 갖춘 게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개성을 한층 더 살림과 함께 특유의 그래픽 표현으로 비주얼적인 면에서 독특함을 앞세워 유저들의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성공한 게임 치고 나쁜 BGM을 가진 게임이 없다-라는 말은 성공한 게임이란 다양한 면에서 좋은 모습을 추구하는 법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하겠다. 앞서 언급했던 국내 최고의 게임&애니메이션 BGM제작 집단으로 알려진 사운드 TeMP팀이 담당한 악튜러스의 BGM과 사운드는 자연스럽게 ‘명작의 정석’을 따르게 하고 있었다.

악튜러스의 게임 CD는 총 6장이었다. 그리고 유저들은 ‘이 CD 6장이 사실은 모두 사운드트랙이 아니냐’라는 농담을 할 정도로 게임에 담겨져 있는 수려하고 농염한 사운드는 유저들의 귀를 즐겁게 했으며, 몰입도를 끌어올리게 했다.

사실 어떤 게임을 평가하거나 추억할 때 가장 글로 적기 ‘불편한’것은 BGM에 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단지 좋다거나, 웅장하다거나 등의 표현력으로 간단하게 설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BGM을 들으며 지난 추억을 곱씹는, 벅차오르는 기억과 특별한 느낌을 필자의 부족한 필력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 정말이지, 감동적인 장면에서의 악튜러스의 BGM은 사람의 가슴을 찡하고 울리는 무엇이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텐지와 바이올렛의 이야기가 악튜러스 중 가장 슬픈 장면이기도 했다.

악튜러스의 BGM은 이처럼 ‘글로써 설명하기 힘든 아우라를 갖추고’있었다. 배경음악의 숫자가 무려 100여곡에 이르는데, 단지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곡의 완성도가 상당한 수준이었고 분위기에 따른 선곡이 굉장히 탁월했다. 패키지에 있었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의 존재가 고맙게 느껴진 흔치 않은 게임 중 하나이기도 했다.

한 가지 여담. 당시 악튜러스의 유려한 BGM을 듣기 위해서는 5장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을 바꾸면서 들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는데, 훗날 손노리의 10주년 기념작이자 PC패키지와의 결별을 고하는 패키지의 로망(2005)에서는 배경음악의 수록 문제로 취소가 되었던 악튜러스의 DVD버전이 일본판 DVD버전을 역수입한 형태로 발매되어 한국어판 DVD가 발매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통해 사운드트랙의 불편함이 해소되기도 했던 것이다.


과거 어스토니시아스토리나 창세기전을 만나기 전의 국내 유저들은 RPG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다양한 게임들을 통해 RPG라는 한편의 대 서사시에 흠뻑 취해 즐기는 재미를 알기 시작했는데, 이러다 보니 악튜러스가 등장할 당시는 국내 유저들은 ‘웬만큼 좋은 스토리 라인이 아니라면 흥분하지 않는’수준까지 도달해 있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악튜러스의 개발진은 엄청난 분량의 스토리 설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CD 6장이라는 엄청난 용량의 방대한 스토리가 등장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는데, 악튜러스는 단순히 ‘이야기만 길고 용량만 큰 지루한 이야기전개’를 갖춘 게임이 아닌, 상당히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갖춘 게임이었다.

악튜러스의 기본적인 스토리 골격은 인류 최고의 베스트셀러라고 할 수 있는 성서의 요한계시록에서 따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세기말 멸망론에 의거한 스토리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만큼 자연스럽게 분위기는 굉장히 무겁게 흘러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 무겁고도 진중한, 그러면서도 통통 튀는 발랄함도 잃지 않았던 게임 스토리. 물론 뒤로 가면서 왠지 산으로 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일개 NPC에게도 반전과 복선을 깔아 놓은 스토리텔링은 상당히 멋지기도 했다.

그러나 악튜러스는 이런 ‘무거울 수밖에 없는 스토리’를 선택하면서도 시종일관 그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특히 진지할 때는 한없이 진지하면서도, 또 다른 면에서는 유저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기가 막힌 개그를 선보이면서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풀어 나가는 능력을 보여 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게임 초반에는 유머러스한 분위기에서 시작하지만 점차적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어두운 분위기가 진행되는데, 이런 스토리가 진행되는 와중에서도 게임이 전달하고자 하는 스토리라인의 핵심과 그 뿌리를 잃지 않고 자연스럽게 진행되어 유저들을 악튜러스라는 게임의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고 있었다.

특히 손노리의 게임답게 초반부터 발휘되는 제작사의 재치와 유머는 게임이 무거운 분위기로 흐르는 중·후반에도 간간이 발휘돼 자칫 어둡게만 갈 수 있는 분위기를 밝게 이끌며 재미의 끈을 놓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물론 후반부로 가면서 흐지부지 되는 분위기를 지울 수 없게 되지만). 세기말 요한 계시록이라는 굉장히 진중하고 무거운 스토리 소재를 선택했음에도, 적절한 개그와 분위기를 한없이 다운시키지 않는 에피소드의 배치, 그리고 그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전개는 악튜러스의 강력한 힘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악튜러스는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상당히 많은 게임이기도 했다. 직접적인 게임의 중심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전투 시스템은 기존에 이미 성공적인 RPG전투 시스템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일본 게임아츠의 명 RPG ‘그란디아’의 전투 시스템인 '하프 타임 리얼 배틀(Half-Time Real Battle)'을 가져오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레벨이 올라갈수록 연속기의 숫자가 올라가는 이 전투 시스템이 악튜러스의 재미를 앗아가거나 혹은 지루함을 주지는 않았지만(아니, 오히려 재미있었다. 밸런스만 문제가 없었다면 말이다), 다른 면에서 상당히 선진적인 모습을 보였고 또 그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흔적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중추적인 핵심 시스템의 아이디어를 일본산 RPG를 그대로 가져온 모습은 당시의 게임 평론가들에게는 곱게 비쳐지지 않는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 화이어 필라 하나에 꼼짝 못하는 최종보스의 모습.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밸런스가 꼬이는 것은 당시 국내 RPG의 공통적인 문제이기도 했다.

또, 스토리적인 면에서는 ‘2%’부족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도 했다. 요한계시록에 근거한 세기말 종말론에 기초해 전개되는 스토리는 초~중반의 이야기는 그다지 흠잡을 것이 없지만, 후반부로 가고 철학적인 면이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어색한 부분들이 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악튜러스는 노골적으로 당시 유행했던 밀레니엄 종말론의 흐름과 그것을 판타지 RPG로 풀어내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너무 많은 요소를 결합하고자 하다 보니 가면 갈수록 무엇 하나 확실히 결론나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훗날에는 영화 매트릭스와 너무도 비슷한 전개와 결말에 많은 유저들이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여기에 미니맵이 없어서 길 찾기의 난해함이 매끄러운 게임 진행의 발목을 잡고 있었고(이는 버그보다 훨씬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는데, 이것 때문에 게임을 그만 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한편, 이때의 교훈 때문인지 그라비티는 악튜러스의 엔진을 개량해 만든 라그나로크 온라인에서는 미니맵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뒤로 가면 갈수록 점점 엉망이 되는 밸런스, 그리고 치트키가 없어도 그 효과를 받는 것과 같이 게임을 할 수 있는 ‘신(神)’급의 아이템들도 게임과 전투의 의욕을 잃게 했다.


물론 이런 단점들은 앞서 언급했던 게임의 장점들과 함께 버무려져 국내 게임 개발 역사에 길이 남을 게임으로 기억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다양한 면에서 선진적인 모습을 보이려 했고 당대 국내 PC패키지 게임 시장을 이끌어나갔던 그라비티와 손노리가 함께 손을 잡고 만든 게임으로써 ‘희대의 명작이자 걸작’으로 이름을 남기지 못했던 것은, 게임 외적인 면에서의 실패, 즉 상업적인 실패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잇었다.

앞서도 언급했었지만, 이미 악튜러스는 표절 문제로 한정판을 리콜하고 전량 폐기처분하는 사태를 겪으면서 상업적으로 큰 손실을 본 게임이었다. 문제는 시기적으로도 ‘최악’이었다는 것에 있었다. 당시 시장에서는 판타그램의 킹덤언더파이어, 조이맥스의 아트록스,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전3~ 파트2와 경쟁을 해야만 하는 시기였으며, 최고의 기대작으로 PC패키지 게임 시장의 모든 유저들의 눈을 돌리게 하고 있었던 창세기전의 마지막 시리즈가 등장하는 시기이기도 했기 때문에 초반부터 많은 구설수와 버그로 ‘무장’했던 악튜러스는 자연스럽게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었다.


△ 요소요소에 숨어있는 감칠맛 나는 개그는, 악튜러스의 청량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때문에 당시에는 ‘발매연기를 하지 않고 경쟁작인 창세기전3 시리즈처럼 두 부분으로 나누어서 발매했더라면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평가가 있기도 했다(물론 손노리와 그라비티는 자신들의 의지를 끝까지 관철시켰지만). 결국 완성도와는 별개로 상업적으로 큰 이익을 보지 못한 게임이 되었으니, 시대와 어긋난 불운의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었다.

그러나 악튜러스가 국내 게임업계에 미친 영향은 작금에 와서 평가하기에도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그 굵직한 족적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악튜러스의 엔진인 GFC엔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악튜러스의 일본 현지화와 배급을 담당했던 일본 팔콤사는 당시 주력 차기작이었던 이스VI~ 나피쉬팀의 방주와 영웅전설VI~ 천공의 궤적 등에 사용할 3D 엔진을 개발하면서 악튜러스의 엔진과 표현방식을 상당부분 참고하기도 했다. 팔콤의 작품에 GFC엔진이 직접 사용되었다는 주장도 있기도 했으니, 그 우수성은 익히 말하지 않아도 국내 외에서 인정을 받은 것이라 할 수 있겠다(한편, 이 주장에 대해 김학규 사장은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사실무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GFC엔진의 개량판으로 만들어 진 라그나로크 온라인이 오랜 시간동안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각지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며 온라인 게임의 종주국인 대한민국의 이름을 널리 알렸던 점을 감안해 보면, 악튜러스라는 게임의 가치는 비단 상업적인 성공이나 재미의 유무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닐 게다.


△ 하긴, 첫 휴가를 나온 군인이 자신과 만나주는 모든 사람들이 고맙듯, 엄청난 산고 끝에 게임 개발을 완료한 뒤 개발진의 심정은 세상 모든 사물에게 고마움을 포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악튜러스의 엔딩을 보고 난 뒤,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 때가 되면 한 차례 또 다시 우리를 웃기는 장면이 나온다. 그것은 바로 ‘Special thanks to’에서 엄청나게 많이 등장하는 목록들인데, 이 목록들을 자세히 보면 분명 게임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을 일본의 유명 가수인 쿠라키 마이나 박카스F, 농심 사천짜장, 깐풍기, 한솥 도시락, TTL, 반다이의 건담 프라모델 퍼펙트 그레이드 퍼스트건담(RX-78-2), 블리자드, 반다이 등이 등장한다. 이는 아마도 게임을 만들면서 쏟아지는 스트레스를 해소했던 것들과 먹을거리, 그리고 피로회복제에 감사를 표한다는 특유의 개그 본능이었다.

그리고 정말로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진짜 'Special thanks to'에서는, ‘parents, family, friends, sonnori & gravity fanclub, and you.’라는 문구가 나온다. 부모님들과 가족, 친구, 손노리와 그라비티의 팬클럽, 그리고 당신. 악튜러스의 엔딩을 보고 그 여운에 게임을 끝내지 못하는 고마운 당신에게, 단지 고마움과 경의를 표하고 있는 한 줄의 글귀인 것이었다.

자, 눈을 감고 추억해 보자. 그리고 눈을 뜨고 이 질문에 대답해 보라. 당신에게, 악튜러스는 어떤 게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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